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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배 28일] 108배 이미지 트레이닝 : 허리 꼿꼿한 이상한 할머니가 될 거야 오늘 아침 108배를 하며 노년의 나를 상상해 보았습니다. 백발의 짧은 단발머리를 하나로 단정히 묶은 허리가 꼿꼿한 할머니가 꽃을 돌보고 있습니다.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젊어서는 나이 든 나의 모습을 생각조차 하지 않았습니다. 왠지 두렵고 싫었습니다. 어제 허리 꼿꼿한 이상한 할머니가 되겠다 생각했던 게 머릿속에 남았나 봅니다. 생각만 하는 것과 생각을 말이나 글을 통해 타인에게 전달하거나 기록으로 남기면 힘이 달라집니다. 교양 다큐멘터리 방송을 만들다 보면 일반인의 인터뷰를 많이 합니다. 방송인이 아닌 일반인은 인터뷰를 많이 어려워합니다. 자신들의 말을 정리한 것인데도 “이걸 어떻게 외우죠?” 힘들어합니다. 그럴 때 제가 꼭 하는 말이 있습니다. “외우지 말고 10번만 소리 내서 읽으세요.” 여.. 2024. 2. 14.
108배 27일] 무릎 꿇은 나무, 108배와 무릎 아직도 산티아고 사진을 보면 흐뭇합니다. 벌써 15년이 지났고 겁도 없이 벽돌 같은 DSLR을 들고 갔으나 그야말로 카메라 켜고 끄는 것만 배우고 가서 찍은 거라 흔들리고 초점도 밝기도 제멋대로인데 말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진은 바로 피레네산맥의 무릎 꿇은 나무입니다. 수목한계선, 강한 비바람과 추위,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마치 사람이 무릎 꿇고 있는 것처럼 기이한 형태로 자란 것입니다. 자연에 항명(抗命)하는 것은 오직 인간이요 풀이나 나무, 동물은 자연을 따라 삽니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나무가 찰지고 공명이 좋다고 합니다. 제가 피레네산맥을 넘으며 본 무릎 꿇은 나무는 짙은 안개와 고개를 들면 살짝 비치는 햇살과 더불어 그 자체로 너무나.. 2024. 2. 13.
108배 26일] 산티아고에서 108배하는 꿈을 꿉니다. SNS의 마법 아침에 108배를 하고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를 쓰려는데 스페인에 사는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차가 7시간이라 그곳은 새벽 3시였습니다. 작년에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간 후로 연락이 없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하니 부르고스 Burgos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친해진 것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 덕분이었습니다. 서른 초반에 그 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친구는 나의 강력한 추천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지금은 스페인에서 삽니다. 부르고스에서 새롭게 민박과 한식당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시간이 넘는 긴 통화는 “그래서 넌 언제 올 거야?”로 끝났습니다.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좋은 길이 .. 2024. 2. 12.
108배 25일] 꿈에 죽은 사람이 보이면...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일어난 것은 꿈 때문입니다. 한참을 신나게 웃고 떠들었는데 꿈에서도 그가 2년 전 죽었다는 게 떠올라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불속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고 카페라테를 마시면서도 멍했습니다. 종편 초창기 함께 일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일했는데 2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밤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무 피곤했는지 잠시 차를 세우고 잠들었다가 그 길로 떠났다 합니다. 나를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김작가 왔어” 하던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늦게 알았다고 바쁘다고 핑계 대며 그의 영전에 술 한 잔 올리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108배를 하며 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꿈은 꿈일 뿐인데도 자꾸 멍해.. 2024. 2.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