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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99

108배 27일] 무릎 꿇은 나무, 108배와 무릎 아직도 산티아고 사진을 보면 흐뭇합니다. 벌써 15년이 지났고 겁도 없이 벽돌 같은 DSLR을 들고 갔으나 그야말로 카메라 켜고 끄는 것만 배우고 가서 찍은 거라 흔들리고 초점도 밝기도 제멋대로인데 말입니다. 가장 사랑하는 사진은 바로 피레네산맥의 무릎 꿇은 나무입니다. 수목한계선, 강한 비바람과 추위, 부족한 강수량 때문에 마치 사람이 무릎 꿇고 있는 것처럼 기이한 형태로 자란 것입니다. 자연에 항명(抗命)하는 것은 오직 인간이요 풀이나 나무, 동물은 자연을 따라 삽니다. 세계적인 명품 바이올린 스트라디바리우스는 이 무릎 꿇은 나무로 만든다고 합니다. 나무가 찰지고 공명이 좋다고 합니다. 제가 피레네산맥을 넘으며 본 무릎 꿇은 나무는 짙은 안개와 고개를 들면 살짝 비치는 햇살과 더불어 그 자체로 너무나.. 2024. 2. 13.
108배 26일] 산티아고에서 108배하는 꿈을 꿉니다. SNS의 마법 아침에 108배를 하고 책을 읽고 모닝페이지를 쓰려는데 스페인에 사는 친구에게 메시지가 왔습니다. 시차가 7시간이라 그곳은 새벽 3시였습니다. 작년에 코로나 이후 처음으로 한국에 다녀간 후로 연락이 없어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이 밤에 무슨 일인가 싶어 전화하니 부르고스 Burgos로 이사했다고 합니다. 우리가 친해진 것은 까미노 데 산티아고 산티아고 순례길 덕분이었습니다. 서른 초반에 그 길을 걸었고 그 길에서 많은 것을 얻었습니다. 친구는 나의 강력한 추천으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었고 지금은 스페인에서 삽니다. 부르고스에서 새롭게 민박과 한식당을 시작한다고 합니다. 한 시간이 넘는 긴 통화는 “그래서 넌 언제 올 거야?”로 끝났습니다. 다시 산티아고 순례길을 걷고 싶습니다. 사람들은 세상에 좋은 길이 .. 2024. 2. 12.
108배 25일] 꿈에 죽은 사람이 보이면...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오늘 아침 해가 뜨기도 전에 일찍 일어난 것은 꿈 때문입니다. 한참을 신나게 웃고 떠들었는데 꿈에서도 그가 2년 전 죽었다는 게 떠올라 꿈에서 깨어났습니다. 이불속에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고 카페라테를 마시면서도 멍했습니다. 종편 초창기 함께 일하면서 우여곡절도 많았고 그래서 더 재미있게 일했는데 2년 전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밤샘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너무 피곤했는지 잠시 차를 세우고 잠들었다가 그 길로 떠났다 합니다. 나를 보면 언제나 환하게 웃으며 “김작가 왔어” 하던 그의 표정 그의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쟁쟁합니다. 늦게 알았다고 바쁘다고 핑계 대며 그의 영전에 술 한 잔 올리지 못했던 게 마음에 걸립니다. 108배를 하며 뒤늦게 고인의 명복을 빌었습니다. 꿈은 꿈일 뿐인데도 자꾸 멍해.. 2024. 2. 11.
108배 24일] 108로 시작하는 설날 아침, 나 홀로 명절 설 명절 아침입니다. 올해는 혼자 고요하게 시작했습니다. 명절이면 전을 부치고 음식을 만들고 가족들 맞을 준비를 하다가 혼자 이렇게 시작하는 명절은 처음입니다. 혼자 살 때도 대개는 명절 전에 집에 가거나 명절 아침에 집에 갔었는데 말이죠. (온 가족이 모이기 위해 내일 부모님 집에 갑니다.) 혼자 일출이라도 보러 가려다가 사진으로 대신했습니다. 무슨 사진을 그리도 열심히 찍었는지 찍으러 가볼까 하다 말아도 꼭 그에 맞는 사진이 있습니다. 오늘의 일출과 그날의 일출은 다를지라도 말입니다. 하루가 다르게 일출 시간이 빨라집니다. 처음 108배를 시작할 때는 어둠 속에 달이 빛나더니 이제는 밝을 때 달이 보이기도 합니다. 하루 해가 가장 짧은 동지가 지나고 입춘도 지났으니까요. 해도 달도 자신의 속도에 맞춰.. 2024. 2.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