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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4일] 하루를 고요하게 여는 나만의 리추얼

by 12별토끼 2024. 1. 18.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물을 한 잔 마시고 커피를 마십니다.

(의사는 커피를 끊으라 했는데

도저히 끊지는 못하겠고

빈속에 마시는 것만은 피하려고 

물부터 마시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요즘은 에스프레소에 설탕 한 스푼을 넣습니다.

찐하고 검은 욕망이 목을 타고 내려가면 

정신이 반짝 납니다.      

 

향을 피우고, 오디오북을 켜고, 108배를 합니다.

그리고 금강경을 읽고, 

모닝페이지를 한 페이지 씁니다.     

 

<법륜 스님의 금강경 강의>는

예전에 읽다가 포기했었습니다.

한자도 아니고 한글로 풀이된 것도 

도무지 무슨 말인지 모르겠더라고요.

몇 년 지나 다시 천천히 읽으니 

조금씩 이해가 됩니다.

 

모르는 말이 너무 많아서

사전을 찾아보고, 

2번 3번 다시 읽고 필사를 할 때도 있습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이란 

산스크리트어 아눗따라 삼먁 삼보디 찌따

(anuttara-samyak-sambodhi-citta)의 음차입니다. 

‘아뇩다라’는 위가 없다, 최고라는 뜻이고 

‘삼먁’이란 거짓이 아닌 진실, 

‘삼보리’란 원만한 깨달음, 

‘찌따’는 ‘~을 향하는 마음’이라 합니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는 부처의 깨달음은 

더 이상 위가 있을 수 없는 최상이며, 

바르고 평등하며 완벽하다, 

모든 무명 번뇌를 벗어버리고 

크게 깨쳐 우주 만유의 진리를 확실히 아는 부처님의 지혜고, 

여기에 심이 붙었으니 그런 깨달음을 향하는 마음이 될 것입니다.     

 

신화와 별자리 때문에 

라틴어, 그리스어 이름도 머리에서 뱅뱅 돌고 있는데 

산스크리트어라니...      

 

그래도 천천히, 이번에는 끝까지 읽어보겠습니다.

 

모닝페이지는 

줄리아 카메론 Julia Cameron의 <아티스트 웨이>를 읽고

시작했던 것입니다.

아무래도 저녁에 쓰는 일기는

하루에 대한 반성과 후회가 많지만

아침에 쓰는 일기는 오늘 하루의 계획과 희망을

쓰게 됩니다.     

 

예전에는 3페이지를 채우느라 한 시간씩 걸려 쓰기도 했는데

요즘은 가볍게 한 페이지만 씁니다.

108배를 하면서

혹은 금강경을 읽으며 한 생각이나

오늘의 계획, 다짐을 씁니다.     

 

약 한 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하루를 고요하게 시작하는 

나만의 리추얼 ritual 의식입니다.     

용인 에버랜드에 가면 사막여우를 꼭 보고 오는데 맨날 자고 있습니다. 어린 왕자 꿈을 꿀까요?

<어린 왕자>에서 여우는 의식(儀式)이란 

“어느 하루를 다른 날들과 다르게 만들고 

어느 시간을 다른 시간과 다르게 만드는 것”이라 했습니다.      

 

오늘도 108배는 여전하지만

나만의 리추얼로

어제와 다른 새로운 날을 만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