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배 5일] 숫자는 힘이 세다.

“백만 스물 하나, 백만 스물둘~”

건전지 광고 기억하시나요?   

108배 108일 글쓰기, 작심삼일은 면했습니다!

 

하나, 둘, 셋, 넷.......     

숫자를 세면 힘이 붙습니다.

느낌이 아니라 정말 그렇습니다.   

  

숫자의 힘은 산에 다니면서 처음 배웠습니다.

사람 많고 복잡한 산이 아니라

고요하게 우리만의 산을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화요일에는 산에 간다, 화산회 모임을 합니다.

매주 다닐 때도 있고

몇 달에 한 번 갈 때도 있는데

최근에는 거의 못 갔습니다.     

 

일단 산에 오르면 아무리 쉬운 길이라고 해도

힘이 듭니다.

그날의 기상조건, 컨디션이 매번 다릅니다.

그래도 어쨌든 자기의 짐을 지고

자기 발로 오롯이 가야 합니다.    

 

힘들 때면 열을 셉니다.

하나, 둘, 셋, 넷...... 아홉, 열!     

숫자를 세면 

힘들어도 열 걸음은 갈 수 있습니다.

 

열 걸음 가서 쉬고

열 걸음 가서 쉬다 보면

어느새 계속 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108배를 할 때, 

나는 처음부터 그냥 하나 둘 셋 세었습니다.

요즘은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합니다.     

 

대신 코로 숨을 들이마시며 하나, 둘, 셋, 넷

숨을 머금고 하나, 둘, 셋, 넷, 다섯, 여섯, 일곱

입으로 숨을 내뱉으며 여덟을 셉니다.     

 

임환영의 <아리랑 역사와 한국어의 기원>이라는 책에 따르면 

우리 언어의 조상은 르완다어인데

숫자는 생존에 중요한 사냥의 순서에 따른 것입니다.     

 

하나는 원시어 gu+hana로 떠나다(to leave), 

준비하여 출발하는 것입니다.     

 

둘은 gu+tura로 짐을 놓다(to put down), 

현장 캠프를 치고 그물과 덫을 놓는 것입니다.     

 

셋은 ku+sesa로 해체하다(to spread, disperse), 

사냥감을 무리에서 분리시키는 것이고     

 

넷은 ku+nesh로 승리하다(to triumph, comquer), 

짐승을 죽여 사냥에 성공한 것을 의미합니다. 

 

숫자 4는 죽을 사(死)와 음이 같아

건물에 4층이 없는 경우가 많은데

한글 숫자의 어원과도 관련이 있을 것입니다.     

 

다섯은 ku+dasesa로 분배하지 않다

(to not spend, not disperse), 

공동으로 작업한다는 것을 뜻합니다.  

   

한 손의 손가락이 5개인 것과도 

의미가 통할까요?     

 

여섯의 여는 kwi+yereka, 열병하다(to parade), 

섯은 셋과 마찬가지로 gu+sesa, 배분하다의 뜻이니 

여럿으로 나누는 것입니다.     

 

일곱의 일은 gu+kw+ira로 자격이 있다(to deserve), 

곱은 ku+gobotora로 잡아채다(to pull, save)로 

나눈 것을 가질 자격을 부여하는 것입니다.     

 

여덟의 여는 여섯의 여와 같은 것으로 여럿의 의미, 

덜은 gu+tora 고르다(to choose, pick), 

브는 ku+va로 오다(to come from)의 뜻으로

사냥을 나간 이들이 각자 나눈 것을 

선택해 완료한다는 뜻입니다.     

 

운동할 때는 보통 여덟까지 세는데 

여덟에도 열처럼 완료의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아홉은 원시어 ngaho로 안녕(goodbye, farewell)에 

여덟의 브 ku+va가 붙어 작별을 의미합니다.     

 

표준국어대사전에는 ‘아홉수(數)’는 ‘9, 19, 29와 같이 

아홉이 든 수. 남자 나이에 이 수가 들면 

결혼이나 이사와 같은 일을 꺼린다.’고 되어 있습니다. 

 

아홉은 열에서 하나가 부족한 미완이라 그런가 했는데

이렇게 깊은 뜻을 담고 있었다니 새삼 신기합니다.    

  

열은 원시 ku+nyura로 

지나가다(to pass, go via, go through) 

사냥을 마치고 돌아가는 최종 단계입니다.      

 

한글 숫자 하나하나에 이렇게 깊은 뜻이 있으니

언어는 사고와 행동을 지배합니다. 

 

별자리와 신화 공부하면서 

어원에 관심이 많았는데

우리말 어원도 공부해야겠습니다.     

 

오늘도 하나 둘 셋~

108배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