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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2일] 108배 시간 : 천천히, 느릿느릿

by 12별토끼 2024. 1. 16.
“내가 원래 조금 느려요” 
-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차진우(정우성)

108배 시간은 보통 15-20분 걸린다지만 40-50분 걸린다. 삶의 속도도 각기 다르다. 살바도르 달리의 흐르는 시계 오브제

20년 넘게 방송작가로 살았고, 특히, 생방송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나는 무엇이든 빨리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글은 마감이 중요하고

생방송은 특히, 시간에 맞춰 글을 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방송은 혼자가 아니라 여럿이 함께 하는 협업이고

언제 어디서 돌발 상황이 나올지 알 수 없습니다.

방송 당일 갑자기 사고라도 터지면

급하게 새로 만들어야 할 수도 있고

이미 만든 방송본을 수정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생방송 원고는 보통 방송 당일에 씁니다.

10분 내외의 짧은 글이지만

그림과 인터뷰가 먼저 편집되고 그에 맞춰 써야 하기 때문에

때로는 글의 내용과 분량이

그림의 길이나 순서와 맞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기획부터 촬영, 편집 전은 물론 편집하면서도

계속 회의를 하고 의견을 나누고

미리 원고를 써놓기도 지만

방송 당일, 편집이 끝난 영상에 맞춰

원고를 쓰는 일은 매번 시간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생방송 시간은 시청자와의 약속이고

그 프로그램 하나를 만들기 위해 일하는 사람은 최소 수십 명이니

원고의 마감은 생명처럼 지켜져야 합니다.

그래서 방송작가는 원고를 빨리, 잘 쓰는 것이 미덕입니다.

 

나는 108배를 하는데 보통 35분에서 40분 정도 걸립니다.

보통 절에서 108배를 하면 15분에서 20분 정도이고

108배 앱은 속도를 조절할 수 있지만

보통 20분 내외라고 합니다.

 

처음 108배를 시작한 것은 오로지 다이어트였고

교통사고로 인한 목과 허리 디스크(추간판 탈출증) 환자였기 때문에

요가와 필라테스를 하면서 배웠던 자세를 더해

천천히 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만들면서

필라테스 원장님의 도움을 받아 완성된

나의 108배는 시간이 더 걸려서 50분 걸릴 때도 있습니다.

 

처음엔 숫자를 어떻게 세나 싶었습니다.

스님이나 불자들은 108108 염주를 활용하고

누구는 시간을 재거나, 어플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나는 처음부터 그냥 하나, , 세었습니다.

내려가 엎드릴 때 하나. 일어서서 합장하고도 하나

다시 내려가 엎드려 둘, 일어서서 합장하고 둘

 

108배를 하다 보면

한 배 한 배가 소중하게 여겨져

더 열심히 숫자를 세고

숫자를 세며 집중하는 게 좋습니다.

 

때로 하나 둘 헷갈리기도 하지만

한 번 더 하면 어떻고

한 번 덜 하면 또 어떤가 싶으면서도

수를 틀리지 않으려 집중하고

헷갈리면 큰 수로 헤아립니다.

 

그러다 어느 때부터는 숫자에 매이는 게 싫어

시간을 정해놓고 했습니다.

108배 할 때는 향을 피우고 하기에

40분 정도 타는 향으로 시간을 맞추다가

요즘에는 명상 영상을 많이 활용합니다.

 

108108일을 새롭게 시작하면서

시간이 얼마나 걸리는가 궁금해

오늘은 숫자를 세면서 108배를 했고,

50분이 걸렸습니다.

 

다시 108배를 온전히 숫자를 세면서 해 봐야겠습니다.

현재 쓰는 향은 40분 정도 타는 것 같은데

굳이 맞추려 애쓰지는 않으려 합니다.

좀 느리면 어떻고 빠르면 어떻겠습니까.

 

요즘 푹 빠져 있는 드라마는

손으로 말하는 (청각 장애인) 화가 정우성과

마음으로 듣는 배우 신현빈의 멜로, <사랑한다고 말해줘>입니다.

 

“내가 원래 조금 느려요”
-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차진우(정우성)

 

일본 드라마의 향기가 난다 했더니 원작이 95년도 일본 TBS 드라마라고 합니다.

오늘 드디어 마지막 회가 방송되는 날입니다.

 

조금 느린 차진우(정우성)와 조금 빠른 정모은(신현빈)

두 사람의 사랑을 지켜보는 것이 재미있었습니다.

 

우리가 너무 다르다는 게 이유가 될 수 있을까.
이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어디 있다고.
한 팔을 잃은 사람은 팔이 하나인 사람끼리 사랑하면 괜찮은 걸까?
얼마 못 가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게 될 거란 말도 잘 모르겠지만,
그래 그렇게 하자.
그럼 원망하고 미워질 때까지 옆에 있어도 되는 거 아닐까?
모든 게 싫어지기 전까지는 열심을 다 해봐도 되는 거 아닐까?
똑같은 모양, 똑같은 크기의 마음은 아닐지라도
그래서 조금은 공평하지 못할지라도 그때까지 우리 사랑해도 되지 않을까.
- 드라마 <사랑한다고 말해줘> 정모은(신현빈)의 1회 첫 프롤로그 독백

 

정모은(신현빈)은 첫 화 프롤로그에서

다름에 대해 이야기해 놓고

이제는 서로의 다름이,

그래서 특별했던 순간이 불편해질까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사랑에 빠지는 것이 빨랐던 사람이

역시나 그 사랑에 대해 회의를 느끼는 것도 빠릅니다.

 

조금 느린 사람도 있고 빠른 사람도 있을 겁니다.

사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빠르고 느림이 바뀔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나의 속도를 알고, 다른 사람이 나와 똑같지 않다는 것을

서로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아는 것입니다.

갑자기 내 속도를 바꾸거나 맞출 수 없어도 기다릴 수는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