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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1일 : 시작, 오십에 다시 시작하는 108배 108일

by 12별토끼 2024. 1. 15.
“배에 찔리는 못을 그대로 깔고 자는 개가 되지 말라.”
- 엠제이 드마코 <언스크립티드>

 

몇 년 전 실상사에서 만난 개_한 자리에 몇 시간씩 누워만 있었다.

때로 예전에 하지 않았던 일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새해 시작이라 그럴까요, 나이 오십이 되어서 그럴까요?

 

재테크나 자기 관리 관련 도서는 거의 읽지 않는데

처음으로 <역행자>를 읽고, <부의 추월차선 완결판, 언스크립티드>를 읽고 있습니다.

평소 읽지 않던 분야라, 관점부터 새롭게 다가오는 구절이 많습니다.

 

“배에 찔리는 못을 그대로 깔고 자는 개가 되지 말라.”
- 엠제이 드마코 <언스크립티드>

 

어떤 개가 바닥에서 튀어나와 있는 못이 느껴지는데도 가만히 있겠는가 싶습니다.

처음엔 졸려서 못의 아픔을 못 느꼈을 수도 있고

나중엔 아픔에 익숙해지거나 움직이는 게 귀찮아서 그대로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끓는 물 속의 개구리(boiling frog : 서서히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에 반응하지 않고 무능하고 무관심한 사람에 대한 은유)’실험이 떠오르기도 합니다.

 

지난 생일 이후, 계속 몸이 아팠습니다.

독감에 걸리고 하혈을 하고 위경련을 일으키고

또다시 반복하고

결국 3주일 전에 미레나 시술을 했는데

아직 출혈이 있고, 위경련도 두세 번 일으켜 응급약을 먹었습니다.

 

(미레나 시술 후 몸이 적응하기 위해서는

짧게는 1-2주 길게는 3-6개월 걸릴 수 있답니다.)

 

석 달을 넘게 아프고 새해를 맞이하니 내 나이 오십입니다.

이제 정말 호르몬의 저주, 갱년기의 나이입니다.

기초대사량이 현저히 떨어진 데다

하혈 때문에 외출은커녕 침대에 누워서만 며칠씩 지냈기 때문에,

집 밖이 무서울 지경입니다.

게다가 겨울입니다.

 

배에 찔린 못을 그대로 깔고 자는 개처럼

집 밖을 나가거나 운동하는 것을 아예 생각하지도 않고 살다 보니

지금은 몸무게도 허리 사이즈도 인생 최고치를 경신했습니다.

 

새해가 시작되었고, 몸도 차츰 나아지고 있어서 집에서 가볍게 108배를 했습니다.

(습관의 힘이 이렇게 무섭습니다

1년 넘게 지속했고, 이후로도 생각나면 무시로 했던 덕분에

108배를 이제는 가볍게 할 수 있습니다.)

 

며칠 108배를 하면서 생각해 보니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컨디션이 좋았고

가장 글을 많이 쓴 것은

108배를 꾸준히 했던 2020-21년이었습니다.

 

내가 처음 108배를 시작한 것은 4년 전이었고

1년 동안 계속했습니다.

 

“108108일에 허리가 4인치 줄었어!”

라는 말에 솔깃해서 시작한 것입니다.

 

당시는 교통사고 후 디스크와 이명

그리고 스테로이드제 후유증으로 인한 피부 트러블로 고생할 때였습니다.

 

108배를 하고 글을 써서 올리는 데 1시간 반에서 두 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365일 매일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전 미팅이 잡히거나 여행을 가거나, 컨디션이 나쁘거나

글을 쓰느라 밤샌 날을 제외하고

108108일을 두 번 정도 했으니

3일에 2일 정도 한 셈입니다.

 

40대 후반, 첫 다이어트는 성공적이었고

체중과 사이즈 모두 변화가 컸습니다.

제 키가 167센티미터인데

허리 사이즈 25인치, 몸무게는 55킬로그램이었습니다.

 

피부 트러블은 피부과를 거쳐 대학병원까지 다녔으나

완전히 뿌리를 뽑지 못했고,

운동해서 땀을 흘리는 게 가장 좋은 예방이자 치료란 걸 깨달았습니다.

 

하지만 더 큰 변화는 하루를 시작하는 나만의 리추얼이 생긴 것이었습니다.

프리랜서라 매일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지 않는데

하루의 시작을 108배와 명상 그리고 글쓰기로 시작하니

고요하고 무엇보다 내 마음을 들여다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첫 번째 책,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2021년 출간하고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주관하는 일자리 연계형 온라인 뉴미디어 영상 콘텐츠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108배 유튜브 촬영도 했습니다.

 

1년 이상 천천히 다이어트를 한 덕분에 다이어트 효과는 1년 정도는 유지되었으나

3년이 지난 지금은 다 망가졌습니다.

이유 혹은 핑계는 많습니다.

1. 남자친구를 만났고, 둘 다 고기를 정말 사랑합니다.

2. 집에서 독립했습니다. 엄마의 밥을 얻어먹는 행복한 날들이 그립습니다.

3. 최근 몇 달은 며칠씩 집 밖을 나가지 않은 날도 있었습니다.

 

결국, 명상도 다이어트도 평생의 숙제라는 것을 깨닫고

오늘부터 다시 108108일을 시작합니다!

 

바닥에서 튀어나와 있는 못이 배에 느껴지면

몸을 일으켜 망치를 집어 들고 못을 빼거나 새 집을 찾아나서야 하듯

일단 108배로 제 몸과 마음을 건강하게 하는 일부터 시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