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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16일] 실행,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연극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

by 12별토끼 2024. 1. 31.

얼마 전 후배의 추천으로 

오랜만에 연극을 한 편 보았습니다.   

  

연극 <아들에게> 하와이에서 태어난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 현미옥, 앨리스 현의 이야기

연극 <아들에게> 미옥 앨리스 현은 

1903년 하와이에서 태어난 앨리스 현이라는

조선 최초의 미국시민권자

독립운동가

공산주의자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인 

그녀의 인생이야기입니다.    

 

대학을 함께 다녔으나

얼굴 본 지 10년도 넘은 후배는 

그 공연을 보고 

내가 30년대 신여성의 모습으로 

등장하는 꿈을 꾸었다고 

페이스북에 올렸습니다.     

 

내용을 하나도 모르고 갔지만

연극은 재미있었습니다.

여성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에 대한 이야기

조선희 작가님의 소설 <세 여자>를 좋아했는데

박헌영과 주세죽 등 같은 인물도 등장했습니다.     

 

앨리스 현은 하와이에서 태어나

식민지 조선에서 자랐습니다.     

31 운동을 세계에 알린 

아버지 현순 목사의 영향으로 

공산주의와 독립운동에 대해

배웁니다.

 

그리고 본인도 

공산주의자, 독립운동가가 되죠.     

 

중국, 일본, 미국을 두루 돌아다니며

독립운동도 하고

결혼도 합니다.

 

자신이 스스로 하고 싶다 생각하는 일이면 

무엇이든 합니다.     

 

아, 이래서 나를 떠올렸구나.

 

인터미션에 후배에게 고맙다 

인사도 했습니다.     

 

대학을 다니면서

학생회 일에 

성당 주일학교 교사

과외와 각종 아르바이트까지

언제나 바쁘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은 

아무리 바빠도 기어이 했고

여행도 다니고 책도 많이 읽었습니다.   

  

졸업하면서 임용고시를 준비한다고 하더니

갑자기 방송작가가 되어 나타났고

이후 페이스북에서는 

산티아고 순례길과 사진으로 등장해

어느 날부터는 

별자리를 공부하고

<별자리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책을 냈습니다.

요즘은 또 108배를 하고 있죠.

 

후배의 눈에 저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이든 다하는

앨리스 현과 

겹쳐 보였던 모양입니다.     

 

2부는 보는 내내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1920년대 30년대 

식민지 여성이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되었을까요?     

 

일본 유학 중에 만난 

남편은

서로 사랑했고

공산주의와 독립에 대한 뜻이 맞아 결혼했지만

남녀평등도 

소작인 해방에 대한 약속도 

지키지 않습니다.     

 

앨리스현은 좌절하고 하와이로 돌아갑니다.

 

다시 힘을 내어 

중국, 러시아, 미국을 돌며 활동합니다.

하지만 첫 아이는 죽고

둘째 아이는 부모님께 맡겼습니다.     

 

독립운동의 역사는 슬픕니다.

역사가 스포일러니 알고 있습니다.

독립을 스스로 쟁취한 것이 아니라

해방된 나라의 슬픔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으니

당시, 독립을 위해 애쓰던 이들은 

얼마나 허망하고 허했을까요.     

 

결국 그녀는 박헌영의 여자로

미제 간첩의 혐의로 미국에서 죽고

그의 아들도 그녀를 따르려 하다가

가혹한 운명에 

스스로 목숨을 끊습니다.

 

연극은 그 아들이

어머니 앨리스 현의 생애를 

인터뷰하는 형식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아들의 말이 가슴에 콕 박혔습니다. 

자신의 의지대로 

멋지게 독립적으로 산다 했으나

무엇 하나 제대로 끝낸 게 없다고요.     

 

언제나 상황 탓을 하고 

남 탓을 하며

새롭게 시작만 했다고 말합니다.      

 

후배에게 이런 저의 모습까지 

들킨 듯하여 부끄러웠습니다.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

앨리스 현은 1903년 5월 8일 하와이 출생으로

태양별자리가 황소자리, 토러스고

달별자리가 천칭자리, 리브라였습니다.    

 

저는 태양과 달이 모두 천칭자리입니다.

천칭자리는 일상의 작은 일부터 

세계평화까지 고민하고

매사 공정과 균형, 완벽을 추구하나

시작하는 힘이 강하고

때로 우유부단해서 

미완성으로 끝내는 경향을 조심해야 합니다.     

 

미완성의 미학으로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을 지은

가우디 또한 달별자리가 천칭자리, 리브라입니다.   

   

어쩌면 무엇 하나 제대로 끝을 보지 못할까 

두려운 나의 마음이 

연극 <아들에게>의 앨리스 현과

가우디의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 

미완성의 마석산 마애불을 

마음속에 의미 있게 담았던 모양입니다.      

 

올해 나의 화두는 “실행”입니다. 

그동안 생각과 말로만 하던 것을 

일단 행동으로 옮기고 

잘 마무리하자는 것입니다. 

 

우선, 108배 108일 글쓰기가 

그 시작입니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니

꾸준히 실행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