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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36일] 불면과 108배, 짧은 하루의 쓸모

by 12별토끼 2024. 2. 24.

필요한 것을 얻으려 할 때

역으로 생각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지금 스페인은 아침 8시입니다. 시에스타도 있고... 지중해 가서 살아야겠습니다.

 

초승달의 모양을 따라 

속을 비워 그릇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방을 꽉꽉 채워놓으면 

방은 방이 아니라 창고가 됩니다.     

 

그릇과 방처럼 

비어 있어야 쓸모가 있는 것이 있습니다.

 

불면증이 심할 때, 잠드는 것을 무서워하기보다

아침에 일어나는 데 초점을 맞추라기에

모닝 루틴으로 108배를 했습니다.     

 

한동안은 좋았는데

다시 잠이 뒤집어져 새벽 5시, 아침 7시에야 잠이 듭니다.     

이틀째 오후에 일어나 멍.... 했습니다.

 

잠은 쪼개지고 수면의 질이 낮아졌으니까요.    

 

오늘도 오후에 일어나 멍... 하고 있다가

그냥 108배를 하니 머리가 좀 맑아진 기분입니다.     

 

한동안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불면증에 대한 

상담을 받았었는데

수면제와 우울증을 처방해 주더군요.

 

밤새지 말고, 운전하지 말고, 약 먹고...

그런데 아무것도 안 하니 더 힘들었습니다.

 

몇 달의 치료 끝에 

결국 포기하고 살았습니다.

 

때때로 이렇게 유럽시간(현재 스페인은 오전 7-8시입니다.)에 맞춰

살 때도 있는 거지요.      

 

이러다 중요한 약속이나 미팅이 있는 날은 

24시간 눈을 뜨고 있기도 하는데

죽어서 잠 못 잔 귀신은 없다 하니

당분간은 너무 애쓰지 않고 

이렇게 늦으면 늦는 대로 

이르면 이른 대로 살렵니다.    

 

오늘 남은 하루의 시간은 약속도 없고

급한 일도 없이 텅 비어 있으니

그냥 짧은 하루를 살겠습니다.          

 

미루어두었던

뭔가 쓸모 있는 일을 좀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