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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토끼의 일상

108배 40일] <나이트 러닝> 이지 작가 : 책 읽는 고양이 북콘서트

by 12별토끼 2024. 2. 29.

어제 북콘서트의 여운으로

늦잠을 잤으나

108배하면서 오늘 유난히

횡격막의 깊은숨이 쉬워졌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알게 되는 것들,

편해지는 것들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시간의 변화만은 아니겠지요.     

 

조선희 작가님이 운영하는 <책읽는고양이> 북카페, 한양도성 성곽길에 있습니다.
<책읽는 고양이> 북카페는 다락방이 참 아늑하고 따뜻합니다.

 

조선희 작가님의 책 읽는 고양이 카페를

좋아합니다.

거기서 하는

북콘서트는 더 좋습니다.

     

어제는 이지 작가의 <나이트 러닝>

북콘서트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캐릭터가 혼란스럽지만 다정한 <나이트 러닝>, 이지 작가의 북콘서트

사실 이지 작가에 대한 정보가 거의 없이

(페북에서 보고 바로 신청했는데

거기에 이지 작가 소개도 기억을 못 하고 있었더군요!)

신청했었습니다.     

 

요즘 강연과 책 준비로

고전 소설을 잔뜩 읽고 있기 때문에

다른 책을 읽기 힘듭니다.

 

다행히 <나이트 러닝>은 단편집이라

쉽게 생각하고 도전했는데...     

 

아뿔싸!     

첫 작품부터 ‘멘붕’이었습니다.

 

정말 다양하고 노멀 하지 않은 인물들이

'고구마줄기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아빠와 아들이 한 일자리에

같이 출근하는 것부터 뭐지 싶더니

(뭐 대단한 일도 아니고 건물 경비입니다.)

인물들의 이름은 ‘드리’ ‘드레’ ‘잔느’....

하나같이 심상치 않습니다.     

 

기상캐스터에 합격한 여자는

자신의 사진을 바꿔 달라고

새벽에 찾아옵니다.     

 

“한밤중 낡은 사진을 들고 나타나
기사를 바꿔달라는 여자와 온몸을 긁으며
밤의 언덕을 달리는 드리,
그리고 그런 아빠를 대신해서
가짜 경비로 일터를 지키는 나,
셋 중 누가 제일 이상할까 생각했다.”
<나이트 러닝> 중에서, 이지     

작가도 이상한 것을 아는구나

생각하면서 읽는데     

 

죽은 남편이 보고 싶어

자신의 왼팔을 자르고

그 팔이 다시 돋아나고 하는데 이르자     

 

음... 그래, 세상에 정상은 없어!

하면서 마음을 내려놓고

아니 정신줄을 놓고 읽었습니다.     

 

하필이면 <닥터 지바고>를 읽고 있는 중이라

(러시아 소설은 왜 책만 긴 게 아니라

사람들 이름까지 길어서 사람을 고문할까요?)

이름 공격이 쉽지 않았고

작가가 음악을 좋아하는지

다양한 노래가 나오는데

하나같이 모르는 노래라 와닿지 않았지만

페이지는 잘 넘어갔습니다.

 

한 편 한 편 읽을수록

이번에는 또 어떤 이상한,

새로운 캐릭터가 등장할까

기대가 되기도 했습니다.      

 

카페에 좀 일찍 도착해

조선희 작가님이

이지 작가님과 인사시켜 주셨는데

별자리 이야기를 하니

먼저 자신의 태양별자리와 달별자리

동쪽별자리(어센던트)까지 알고 있더군요.     

 

차트를 열어보니

작가님의 작품 세계가

어느 정도 이해되었고

북 콘서트 중간중간

주변인들의 생생한 증언이

흥미로웠습니다.     

 

소설 속 주인공들 이름이 하나같이 특이해서

이지 작가도 왠지 예명일 것 같았습니다만

이지 작가는 본명이고

패션잡지의 패션과 뷰티 기자,

배용준 매니지먼트사 등 팬시한 직업을 거쳐

마흔에 퇴직하고 소설가가 되었다고 합니다.     

 

논현동 가구거리에서 일할 때

밤에 이곳들을 열어 노숙자를 재워주면 좋겠다.

1부터 10까지의 계급을 비틀어

수평으로 늘어놓으면 어떨까?

다양한 작가 레지던스를 활용하며

글을 써온 전적 등이 흥미로웠습니다.      

 

작가님의 소설은 왜 여기서 끝날까,

좀 더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데

처음부터 단편 소설이 아니라 장편 소설을 의도했던 것인가

아니라면 단편 소설을 쓰다가 어디에서 멈추는가

물었습니다.     

 

이지 작가님은 처음 데뷔할 때 포부가

“장편 같은 단편, 단편 같은 장편”을 쓰고자 했다며

다양한 인물 군상들이 펼쳐놓은 이야기 중에

한 명의 이야기가 해결되는 지점에서

이야기를 마친다고 하더군요.      

 

이지 작가님의

데뷔작과 장편소설 <담배를 든 루스>도

읽어봐야겠습니다.     

 

횡격막 호흡이 익숙해지듯

시간이 지나면서 천천히 익숙해지고

알아가게 되는 것들에는

단순히 시간의 변화뿐 아니라

반복과 이해, 그를 위한 노력이 깃들어 있습니다.     

 

삶을, 사람을 이해하는 데도

그렇게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