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별토끼의 일상

108배 47일] 0.2초 멈칫하는 순간 : 몸은 말보다 많은 이야기를 한다.

by 12별토끼 2024. 3. 7.

0.2초

숨 한 번 들이마시기도 부족한

짧은 시간.     

 

구름 뒤에 파란 하늘처럼 삶의 희비는 스쳐가는 구름일 뿐 삶은 계속 이어집니다. 

 

누군가의 질문에 

0.2초 멈칫한다면

이미 상대는 답을 얻게 됩니다.     

 

처음 방송작가가 됐을 때

김피디가 

“00 씨, 담배 피워?”

하는 기습 질문에

0.2초 멈칫하는 순간

그는 내게 방송국 흡연실을 알려주었습니다.

 

지금은 상상할 수도 없는

계단참 흡연실이요.     

 

이후, “술 잘 마시나?”하는 질문에는

바로 “아니요” 했습니다.     

 

당시 나의 바로 윗사수는 나보다 경력은 6개월 빠르고 

나이는 3살이 어렸는데

혹시나 회식이라도 했을 때

그녀에게 술주정을 할까 두려워

바로 차단한 것입니다.     

 

한동안 맥주 한 잔으로 두어 시간을 버티다

집 근처 술집에서 혼술을 우르르 부어 마시던 버릇이

지금의 혼술예찬론자를 탄생시켰습니다.       

 

상담할 때, 

내담자가 

0.2초 멈칫하는 순간을 캐치하면

상담은 술술 잘 풀립니다.     

 

그 짧은 시간

동공이 열리고

낯빛이 바뀌며

몸을 뒤로 빼거나 

앞으로 숙여 내게 다가옵니다.     

 

말보다 몸이 

질문에 대한 대답보다 

훨씬 더 많은 이야기를 합니다.     

 

참으로 오랜만에

누군가 내게 하는 아무렇지도 않은 

보통의 말에

0.2초 멈칫했습니다.     

 

아, 그랬지! 

내가 알고 있는 내 모습을

애써 부정하고 회피하려 했다는 것을 깨닫고

나 혼자 오래 부끄럽습니다.     

 

내 모습을 직시하는 것은

참 어렵고 힘들지만

그렇다고 언제까지나 도망칠 수는 없습니다.     

 

어차피 인생은 누구에게나 쉽지 않고

이번 생은 누구나 처음이지만

삶은 연습이 없는 ‘쌩’ 라이브니까요!     

 

한계에 부닥쳤을 때

내 앞에 커다란 벽이 놓여 있다고 느낄 때

그 앞에서 머뭇거리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죠.

 

벽을 넘어서면 높이 올라가는 계단이 되고

벽을 밀면 멀리 건너가는 다리가 됩니다.   

  

올해, 실행할 것이 참 많습니다!